OH그라세츠OH Croiser.

뭔가 다른게 섞인 것 같지만 기분탓입니다.
그라세츠/사지


그라함은 차게 식은 눈으로 눈앞에 펼쳐진 전장을 바라보았다. 브레이커 필러 직전, 아프리카 타워 앞에서 그렇게 그녀를 놓친 후, 그는 무엇도 할 수 없었다. 덕분에 그는 지난 4개월 동안 심신의 정양을 이유로 들어 단 한 번도 출격하지 않았다. 그런 그의 양을 아니꼽게 여긴 다른 어로우즈 부대원들 사이에서 점점 고립되어 갔지만, 그라함은 아무래도 좋았다. 채워지지 않은 마음이, 채워질 수 없는 갈증을 샘솟게 했다. 그 갈증이 채워질 수 있을 리 없다. 그라함은 그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내 하얀 천사. 내 사랑. 나의 세츠나. 그라함은 입속에서 그렇게 읊조렸다. 결코 소릴 내어 내뱉을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의 눈에 비치는 전투는 기이한 형태를 띄고 있었다. 이노베이터의 존재를 알기라도 한 건지, 검은 포격 타입의 건담이 이노베이터 전용기를 상대하고 있었다. 녹색 저격 타입은 견제, 주황색의 날개 형 건담은 그 뛰어난 기동성으로 전장을 종횡무진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러나 어째서. 그라함은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걸어 온 싸움은 피하지 않는다. 그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무언가 이상했다. 마치, 결코 전투에 집중하고 있지 못한 것 같은…….
“세츠나….”
그라함은 눈살을 찌푸렸다. 실로 그녀답지 않은 전투가 그를 한없이 불안하게 만들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누군가를 찾고 있는 것 같은 움직임. 초조해 진 마음을 억지로나마 다잡으며, 그라함은 조종간을 겨우 떨쳐 내었다. 지금은 아니었다. 저렇게 무언가의 목표에 몰두한 그녀가, 오롯이 자신만을 보아줄 리 없었다.
자신만을 봐 주길 바란다. 그 투명한 붉은 눈에, 오롯이 자신만을──. 그 때, 그라함의 눈에 운석으로 위장한 두 개의 MS가 셀레스티얼 빙의 모함에 접근하는 것이 보였다. 그라함은 상황도 잊은 채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브레이커 필러 직 후, 마네킹 대령이 어로우즈를 떠났다고 하더니 전술이 형편없어 졌군. 형식상으로나마 아군임에도 불구하고 그라함은 그들을 냉정하게 비웃었다. 물론 셀레스티얼 빙의 우수한 전술예보사가 저런 조잡한 수에 당할 리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저것으로 인해 셀레스티얼 빙의 모함이 조금의 타격이라도 입게 된다면─!!!
“세츠나. 나의 천사님. ……그대는 아마 싫어하겠지.”
그대를 다시 내 품으로 되돌릴 수 있다면, 나는 무엇이라도 이용하겠어. 설령 그것이 이노베이터에게 이용당하는 꼴이 된다 하더라도.
셀레스티얼 빙의 모함이 자신들을 단죄하러 오는 두 MS에게 포구를 향했다. 그리고── 반짝이는 푸른 입자가 그라함의 머릿속을 뒤흔들었다. 들려오는 것은 두 MS에게 향한 포구를 질책하듯, 다급한 제지의 말. 그러나 그라함의 신경을 긁은 것은 그 제지의 말이 아니었다. 그녀의 목소리에 겹치듯 뒤이어진 낯선 남자의, 젊은 청년의 목소리. 그라함은 흡- 숨을 들이마셨다.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고서, 그는 세츠나가 타고 있을 건담을 당장이라도 찢어 죽일 듯 노려보았다. 정확히는 어깨 동력부에 연결되어 있는 보조 기체를.
저 기체의 파일럿, 남자였나?
그 가능성은 이미 충분히 있었다. 오히려 그녀나 인혁련의 초병 소마 필리스, 혹은 할레비 준위 쪽이 훨씬 드문 케이스일 터. 그러나 그라함은 애써 그것들을 생각하려 하지 않았었다. 생각하는 것조차 싫었다. 그녀의 바로 곁에서, 그녀를 돕는 보조 기체의 파일럿. 그것이 남자라고 한다면…… 적어도, 서로의 목숨을 믿고 맡길 수 있을 정도로 친밀한 사이일 테지.
그의 눈에 할레비 준위의 MS를 끌어안듯 낚아채어 전투 구역에서 이탈하는 하얀 건담의 모습이 보였다. 그라함의 손이 돌연 조종간을 부여 쥐었다. 콰득. 손의 악력이 제어되지 않았다. 아니- 제어하지 않았다는 쪽이 훨씬 아귀가 맞으리라. 그라함은 신중히 거리를 가늠했다. 어쩐 이유에선지 한창 움직일 생각을 않는 지금 상태라면 수월히 어깨 동력부에 있는 보조 기체만을 파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어째서…, 어째서냐……!”
방아쇠를 당길 수 없었다. 보조 기체만을 산산조각 내어, 그녀의 바로 곁에 있을 젊은 청년을 죽이겠다는 그 마음만큼은 무엇보다 선명한데─ 방아쇠를 당길 수 없었다. 눈에 보이는 그녀의 기체가 마치, 계속해 푸른빛을 흩뿌리는 양이 무언가의 숭고한 의식을 행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라함은 분노와 이름 모를 감정으로 덜덜 떨려오는 손을 거두어 들였다.
그 사이 두 기체가 떨어졌다. 안드레이 중위의 공격에 하얀 건담이 할레비 준위의 기체를 놓치자 하얀 건담은 망설임 없이 전투에 들어섰다. 수 적으로는 압도적으로 불리한 전투. 그러나 셀레스티얼 빙은 밀리는 일 없이 어디까지나 담담하게 전투에 맞서고 있었다. 결국 퇴각하는 쪽은 늘 그렇듯 어로우즈 쪽이었다. 어느 사이 사이좋게 등을 맞댄 채 가만히 선 건담들을 바라보며, 그라함은 이를 빠득, 갈았다.
화가 났다.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질투가 뱃속을 태웠다.
문득 눈시울이 뜨거워 졌다. 그라함의 눈을 시큰하게 만든 뜨거운 것은 그대로 방울방울 콕핏 안을 떠돌아 다녔다. 그는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았다. 이건 대체, 무어지……? 그런 의아함과 동시에 그는 입술을 짓씹었다. 목구멍을 타고 마치 짐승의 신음소리 같은 것이 흘러 나왔다.
“흐… 으……, 읏….”
분노, 질투…, 이유를 알 수 없는 설움이 눈물로, 오열로 변해 흘러 내렸다.

***

루이스의 찢어질 듯 아픈 절규를 마지막으로 다시 서로의 거리가 멀어짐을 느낀 사지가 입술을 악문 채 고통을 참아 내었다. 설득을 할 생각이었는데, 괴롭게 만든 걸까. 심장이 쥐어뜯길 것처럼 아팠다. 그리도 사랑스러운 레이조차 뒤로한 채, 루이스에게 외치기 위해 전장을 나서며 사지는 각오를 했었다. 그는 루이스가 그녀 자신의 부모님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어머니와 헤어졌다는 사실에 눈물을 펑펑 흐리던 그녀를 봤었으니까…. 그녀가 지금 가진 기분도 완벽하지는 못해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니 이런 결과가 나온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것조차 각오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GN 입자가 보여 주었을 환영 속 루이스의 모습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저 보듬어 주고픈, 가련한 여자아이. 어디까지나 자기주장이 강해 자기중심적으로 보이는 면모도, 잔뜩 사랑받아 남들이 자신에게 해 주는 것을 당연하다 생각하는 태도에서 나오는 철없음도. 그러나 결코 상냥함을 잃지 않는, 착하고 상냥한, 정이 깊은 소녀.
사지는 황망한 눈으로 자신과 루이스의 사이에 끼어든 기체를 바라보았다. 그 사이를 GN 아쳐가 끼어들었다. 건담들끼리 긴밀히 연결된 통신을 통해 증오에 절은 소마 필리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증오. 뇌리를 통해 파고드는, 결코 잊을 수 없고, 지울 수 없을 선명한 감정에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결국 사지는 참을 수 없어 외쳤다. 왈칵 눈물이 흘러 넘쳤다.
그저 슬펐다.
어째서, 왜──!
「그만 둬어어엇!!!」
사지의 찢어질 것 같은 비통한 절규에 소마가 순간 말을 잃고 멈춰 섰다. 잃어버린 연인을 되찾기 위해 전장으로 나선 청년은, 선연하고 처연한 눈물을 흘리며 겨우나 말을 이었다.
「이제 그만 해 줘…! ……무엇도 변하지 않아, 복수를 한다 해도, 죽은 사람은 돌아오지 않아. …슬픔이, 늘어날 뿐이야.」
통일 세계? 항구 평화? 그런 것이 과연 실재 할까? 그런 게 있을 수 있을까? 사지는 단호히 고개를 저어 그것을 부정했다. 고작 해야 14명. 그나마도 레이는 아직 말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갓난아기. 톨레미라는 작고 폐쇄 된 사회 속에서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서, 생각이 엇갈려서 불화가 생기는데 이 세계에 항구 평화가 도래할 수 있을 리 없다. 통일 세계 따위, 항구 평화 따위는 결코 찾아오지 않을 이상향이자 허황된 이야기일 뿐.
「이런 짓을 하면서… 모두 점점 이상해 져서, 어디로도 갈 수 없게 돼……. 앞으로도, 갈 수 없게 될 거야.」
셀레스티얼 빙에서, 톨레미에서 지내는 동안 무엇보다 뼈저리게 느낀 것을 생각하며, 사지는 사랑하는 소녀에게 향한 제 목소리조차 닿지 않는 현실을 한탄했다. 죽은 사람은 돌아오지 않아. 돌아올 수 없어. 키누에 누나도, 루이스의 친인척들도…… 그 누구도 돌아올 수 없어. 무엇하나 되돌릴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러니 복수 따위, 이렇게도 허망한 마음만 갖게 만드는 것인데.
세츠나를 향해 겨누었었던 총구마저 지금은 허무한 기분이 들 뿐인데.
사지의 슬픈 탄식에 싸늘한 정적이 흘렀다. 처연하고 처절한, 복수에 미친 연인을 향한 안타까움과 애틋한 마음이 한데 섞인 진심이 그들의 입을 틀어막았다. 통신 너머로 들려오는 사지의 처절한 흐느낌을 들으며 세츠나는 입술을 꽉 물고 눈을 감았다. 사지의 말은 어디 한 군데 틀린 곳이 없었다. 그리고 록온은, 닐은, 그것을 알면서도 가족의 복수를 위해 뛰쳐나갔으리라.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자신을 품에 안고 소중히 보호해주었던 동료의 품이 너무도 그립고, 또 그리워서- 그리고 처음으로 사랑하게 된 남자가, 그라함이 자꾸만 생각이 나서. 아무리 아니라고, 그럴 리 없다고 부정해 보아도 그녀는 그 부정이 의미 없는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분명 이노베이터와 손을 잡았으리라.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남자라는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의 그런 성정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더욱 가슴이 아팠다.
누군가가 흐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라, 함?
채 입 밖으로 낼 수 없는 이름을 중얼거리며 그녀가 눈을 떴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이곳에 그라함이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세츠나는 재빨리 패널을 조정해 주변 구역을 살폈다.
어디? 어디에──? 이내 시스템이 홀로 동떨어진 운석 위에 선 낯선 외형의 MS를 포착했다. 한 눈에도 그가 탄 MS임을 알 수 있었다. 세츠나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 입술을 꽉 문 채, 그것을 바라보았다.
왜…? 이렇게 가까이에 있으면서, 왜? 세츠나는 반 년 전에 보았던 그의 얼굴을 떠올렸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그려왔던 얼굴. 그러나 이처럼 가까이에 있었음에도, 문득의 이끌림에 주변 구역을 살피지 않았다면 몰랐으리라는 사실이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었다.
사랑해. 세츠나는 입술만 달싹였다. 차마 입 밖으로 낼 수는 없었다. 아직 통신이 연결되어 있었다.
「세츠나?」
문득 들려오는 록온의 목소리에 그녀가 퍼뜩 고개를 들었다. 이노베이터를 사로잡는 역할이었던 티에리아는 우선적으로 귀함하고 있었고, 다른 동료들은 아마도 세츠나가 움직이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 했다. 세츠나는 잘근 입술을 깨물고서 시스템을 향해 눈을 떨어트렸다. 한 번 보면 결코 잊을 수 없을 것 같은 특징적인 외형의 MS. 세츠나는 떨리는 손으로 잠시 시스템 화면에 비친 MS가 그라함인 양 애틋하게 쓸어내리고선 곧장 조종간을 잡아끌었다.
그가 어째서 이곳에 있는지, 왜 모든 전투가 끝난 지금까지도 그저 서 있기만 할 뿐인지, 어째서 자신의 앞에 나타나지 않는 건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의 이런 이유 모를 일이 혹 그에게 생긴 변화의 전조이진 않을까. 세츠나는 자그마한 희망을 품고서 귀함을 시작했다. 귓가에 록온이 의아해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세츠나? 뭐, 마음에 걸리는 거라도 있었어?」
“아니, 전혀.”
세츠나는 애써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 그래? 하는 록온의 대답에 세츠나는 저도 모르게 나직한 한숨을 토해냈다.


그라세츠 드디어 왔다. Croiser.

세츠나는 살풋 눈을 내리 감았다. 까맣게 차단된 시야 안에서, 세츠나는 사랑하는 아이의 얼굴을 떠올렸다. 꿀 같은 금발. 맑은 녹 빛 눈동자. 못내 사랑스럽고 사랑스러워서,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게 해 주는 아이의 얼굴을. 그리고 그에 겹치듯 또 다른 남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꼭 닮은 얼굴 때문일까. 처음엔 그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지금은 그 아픔이 거짓말인 것처럼 평안하기만 했다. 그녀는 어두운 검은 빛 속에서 떠오른 그의 모습을 지우려 고개를 저었다. 미안해. 세츠나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지금은 당신에 대해서 생각할 수 없어. 지금 내가 생각해야 하는 건──
그녀는 눈을 떴다. 오롯이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그 눈은, 선명할 정도로 맑고 서늘한 전사의 눈빛이었다.
“…레이.”
당신의 미래이니까.


근데 존나 짧ㅋ 음ㅋ
자 다음 파트 쓰자 다음 파트.


아침것에 이어서. Croiser.

분명 크로와제는 그라세츠고, 이 블로그도 그라세츠인데 왜 자꾸 사지루이만 올라올까.
으으, 후딱 둘이 꽁냥하는걸 쓰고 싶............ 지만 마감...ㅠㅠ 내 발등에 떨어진 불...ㅠㅠ






“나는 방아쇠를 당길 수 없어.”
“알고 있다.”
“루이스에게 외치는 것밖엔 할 수 없어.”
“알고 있어.”
세츠나는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녀는 사지의 말에 자못 안심하고 있었다. 이 톨레미에서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 사람은 자신들 뿐이면 족했다. 이미 손에 피를 묻히고, 죄를 지은 자신들만 당겨야 했다. 그 외엔 당겨서도 안됐다. 하물며 평범하게 살아왔던 사지가 방아쇠를 당기게 되는 것은 꿈에도 바라지 않는다. 레이를, 제 아이를 단단히 안아, 얼러주는 손. 갓 태어난 생명을 보듬어 주는 이 손이, 자신처럼 피를 묻히고, 죄에 물드는 것은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그의 말 대로 그저 루이스에게 외칠 뿐인 싸움이라 해도- 그 마음이 그녀에게 닿아, 다시 두 사람이 행복하게 지낼 수 만 있다면.
그녀는 사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사지는 너무나도 간단히 저를 향해 내밀어진 손을 황망히 바라보았다. 전장에서 싸우는 전사의 손이었지만, 동시에 한 생명을 탄생시킨 어머니의 손이기도 한, 세츠나의 손. 각오에 각오를 다져도 두려움이 앞서 물어서려는 마음을 알고서 가볍게 등을 떠밀어주는 것 같은 그 손길에 사지의 눈매가 느슨해 졌다. 세츠나가 말했다.
“…가자. 루이스 할레비를 만나러.”
세츠나의 말에 사지가 쓰게 웃었다. 전력이 갖춰진 순간, 그녀는 결코 전투에서 눈을 돌리지 않으리라. 마이스터들 중에서는 유일하게 여자이며, 또 막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마이스터들의 리더였다. 그 책임이 저 작은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그런데도 자신을 신경 써 주고 있는 그녀가 고마워서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사지는 마음을 다 잡고, 웃으며 내밀어진 손을 잡았다.
근3개월 만에 앉아보는 오라이저의 콕핏은 불편하기만 했다. 콕핏 등받이에 등을 기댄 순간, 심장이 미칠 듯이 뛰고, 식은땀이 흘러 내려 사지는 얼른 등을 뗐다. 그는 이를 악물고 심호흡을 해 다시금 떨려오기 시작한 마음을 다잡았다. 두렵고, 무서웠다. 그러나 이 이상 도망치고 싶진 않았다.
루이스를 만나서 그녀에게 전하고 싶었다. 닿지 않더라도, 전해지지 않더라도. 자신의 목소리가 그녀에게 닿을 때 까지, 전해질 때 까지. 그렇게.
“만나러 가자. 사지.”
“응, 가자, 세츠나!”
사지는 오라이저의 조종간을 그러쥐었다.
“더블오. 세츠나 F 세이에이. 간다!”
“오라이저, 사지 크로스로드. 발진 합니다.”
오라이저의 콕핏에서 바라보는 우주는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루이스와 재회했던 것이 오라이저의 콕핏에 처음으로 탔던 날이어서 일까? 사지는 오라이저를 도킹 모드로 전환해 둔 채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어깨에 힘을 뺐다. 톨레미에 비하면 수 적으로는 압도적인 전력을 갖춘 어로우즈와 마주하기 직전의 짧은 고요. 3개월 전까지만 해도 마냥 짧게만 느껴지던 그 시간이, 지금은 무엇보다 길게 느껴져 답답하기만 했다.
도킹이 완료되었다는 알림 메시지를 보자니 막연한 두려움으로 떨리고 있던 손도 조금은 진정이 된 것 같았다. 당연하니 선행하고 있는 더블오라이저 속에서, 사지는 이끌리듯 사랑하는 소녀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루이스. 너는 지금 무얼 생각하고 있니? 조금쯤은, 나를 생각해 주고 있다고, 그렇게 믿고 있어도 되는 걸까?
“루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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